영화 <덕혜옹주>의 인기에 편승해서 덕혜옹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덕혜옹주가 영화에서 그려진 인물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기에 영화가 주는 편견과 환상에 중독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경계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긴 영화는 스크린이 지닌 장악력과 스크린으로 제공되는 환상을 묘하게 조합해서 사람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탓에, 현실과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은 언제나 끊임없이 제기된다. 물론 많은 사람이 영화가 전달하는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중독되어 현실감을 상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덕혜옹주의 경우도 이런 상식적인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덕혜옹주>의 출간은 우리에게 실존인물인 덕혜옹주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또한 영화 <덕혜옹주>의 상영과 인기에 힘입어서 덕혜옹주와 관련된 일련의 책들의 출간이 봇물을 이루는 현실도 덕혜옹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이는 데 많은 유익을 제공한다(이런 점에서 보면 영화 <덕혜옹주>도 덕혜옹주에 대한 대중의 주의와 관심을 끌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덕혜옹주에 관한 역사적 자료나 객관적 정보가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보니 덕혜옹주와 관련된 책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참으로일체의 편견이나 선입관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덕혜옹주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우리에게 전달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가 무리한 요구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이 책의 저자들은 덕혜옹주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되도록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를 통해 덕혜옹주가 단순히 역사속 인물로 기억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과 대단히 밀접한 인물로 되살려내기 위해 시도한다. 비록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도가 100%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덕혜옹주의 새로운 면모를 접하게 된다. 덕혜옹주와 관련된 다른 책들의 도움까지 함께 받는다면, 이 책은 우리가 그토록 알기를 바라는 덕혜옹주의 진면목(또는 부정적 측면들까지도)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데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덕혜옹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다.
덕혜옹주의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타국에서 외롭게 지내고 원치 않던 결혼마저 해야 했어도 딸 정혜가 있어서 겨우 버틸 수 있던 그녀다. 하지만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하고 조선인들이 해방된 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의해 ‘일본 귀족으로서의 특권’마저 잃은 그녀는 남편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돈도 명예도 모조리 상실하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한 그녀에게 소 다케유키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10여 년간 덕혜옹주는 정신병원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그러는 동안 하나뿐인 딸 정혜는 영영 실종되었고, 남편인 소 다케유키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덕혜옹주와 완전히 이혼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4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녀는 제대로 된 삶을 살지도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눈을 감는 그날까지 일본이 기획한 정략결혼의 또 한 명의 희생자인 이방자와 함께 창덕궁에서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서문
1. 덕혜옹주
덕혜옹주를 아십니까?
사라진 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다
이름을 얻다
일본으로
소 다케유키와의 혼인
세상 밖으로
귀환
수강재에서 지다
2. 이건
이건, 모모야마 켄이치
아버지와 아들
알려지지 않은 어머니
새로운 조국
3. 이우
원폭의 구름 속에서 사라진 조선의 꿈
의친왕 이강의 둘째 아들
반항아
안타까운 최후
조국으로
4. 민갑완
비운의 여인
운명의 소용돌이
망명을 떠나다
조국으로 돌아오다
백 년의 한, 천 년의 슬픔
5. 에필로그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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