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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임지현의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는 일은 흥미롭고 가슴 뛰며 압도적인 정서적, 지적 경험이다. 그의 가족사는 민족의 근대사와, 개인사는 개발독재의 역사와, 학문적 편력은 탈근대적 역사학의 전개와 겹쳐진다. 조국근대화 시기 유년의 기억이 유쾌하면서도 안쓰럽게 펼쳐지고, 유신시대를 통과하는 소년과 청년의 배회와 좌절이 애상과 유머의 정조로 그려진다.사학자로서 임지현의 삶은 ‘역사를 다르게 하려는’ 치열한 시도로 점철된다. 국내에서 다져진 문제의식은 해외에서 벼려지고, 날카로워진 칼날로 그는 국가와 지역을 가로지르며 주류/지배 민족주의 담론을 베어낸다. 충돌과 돌파를 통해 임지현이 새롭게 주조해낸 “일상적 파시즘”, “대중독재”,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경이롭다.󰡔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는 것은 유쾌하고 끈질기고 담대한 사학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인 동시에, 뛰어난 에세이스트를 만나는 일이다. 때로는 냉소적 유머로, 때로는 애잔한 서정으로, 때로는 격정으로 임지현은 독자를 고무시키고 그들의 앎의 지평을 확대시킨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보기를 권한다.
어느 주변부 인문학자의 꾸불꾸불 걷기

20세기의 끄트머리에 한국 사회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라는 한 역사가의 발의 이후, 성역과도 같았던 민족주의 담론에 대한 집단적 성찰과 균열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역사가가 우리 앞에 투척한 ‘일상적 파시즘’, ‘합의독재’, ‘대중독재’,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등의 짝을 맺기 불편한 언어들로 구성된 개념들은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가 제시한 독창적인 패러다임들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은폐해 왔던 이념의 속살을 바투 응시하도록 환기하였으나, 그의 목소리에 대한 메아리가 여적 또렷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이 역사가 혹은 지식노동자는 자신을 ‘기억 활동가(memory activist)’로 소개한다. 그는 임지현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임지현이라는 기억 활동가가 지금껏 꾸불꾸불 걸어온 학문 여정을 기록한 자신의 에고 히스토리(ego-history)이자 퍼블릭 히스토리(public history)이다. 이 책은 한반도에서 태어나 격동의 시대를 껴안고 공부하며 30년 넘게 대학의 인문학 연구자이자 교수로 살아온 내 자신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이다. … 내 자아 역시 역사적 구성물이다. 죽은 자들의 무게가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을 뿐 아니라, 동시대 수많은 역사적 행위자들의 삶과 내 삶이 이미 떼려야 뗄 수 없게 엉켜 있다. ‘에고 히스토리’라는 게 내가 쓴 내 자신의 역사에 불과하지만, 한국 현대사와 전후 세계사라는 복합적인 역사의 의미망 속에 집어넣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에고 히스토리는 서술 주체와 서술 대상이 동시대의 역사적 지도 위에 남긴 궤적을 추적하는 동시대사이다.

이 책이 지향하는 에고 히스토리는, ‘임지현이 만든 역사’에 대한 성찰과 ‘임지현을 만든 역사’에 대한 분석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역사이다. 그리고 임지현이라는 한 역사가가 역사적 행위자로서 어떻게 역사 지식의 생산과 소비, 유통에 참여해 왔는가에 대한 지성사적 고찰을 요구한다. 에고 히스토리에서 주목하는 역사는 과거완료형이기보다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은 완성된 생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생산 과정으로서의 역사이다. 생산 과정으로서의 역사를 물을 때, ‘나’는 왜 그 특정한 순간에 개입해 그런 식의 역사를 만들었으며, ‘내’ 안의 역사 생산 과정에 개입한 ‘내’ 밖의 역사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과 맞닥뜨린다. 이 질문들은 이 책을 끌어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쓰는 내내, 나 자신도 다른 동료 역사가들과 더불어 공범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현재 동아시아에 지배적인 역사 지식의 생산ㆍ유통ㆍ소비 양식을 그대로 둔 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에서 위안만 찾는다면, 그 역시 공범인 것이다. 역사 지식의 생산 양식을 넘어서 유통과 소비 양식에 주목하는 ‘퍼블릭 히스토리’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이지만 이제야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2015년부터는 역사가이면서 ‘기억 활동가’라는 자기소개를 시작했는데, 아직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이 책 역시 한 기억 활동가가 쓴 퍼블릭 히스토리의 하나라고 기억된다면 좋겠다.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지식의 생산ㆍ유통ㆍ소비 양식을 혁신하고자 하는 모든 동시대인들과 내 문제의식을 나누어 보려는 데 이 책의 일차적 목적이 있다.


[프롤로그] 나를 만든 역사, 내가 만든 역사

0 1990년 바르샤바 겨울
1 조국 근대화의 뒤안길에서
2 유신의 자식
3 살아남은 자의 슬픔
4 한국적 서양사학?
5 마르크스주의와 민족주의
6 89년 왕십리와 탈냉전
7 현실사회주의와 역사학
8 아메리카 사회주의
9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10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
11 일상적 파시즘
12 대중독재
13 글로벌 히스토리
14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비행대학
15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에필로그] 역사와 기억 사이에서

참고문헌: 임지현 저술목록
임지현 학문 여정
인명 색인

 

끌림의 과학

끌림의 과학래리 영, 브라이언 알렉산더가 쓴 책으로, 무언가에 관심이 가거나 마음이 가는 모든 끌림 에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예를들어 사랑,성 같은..책 표지부터 끌림을 강력히 표현하고 있다.제목이 끌림의 과학인 만큼 과학적연구와 실제 논문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어려운 용어때문에 꺼릴수도있지만, 아래에각주가 자세히 나와있어 수월했다.뒷표지에 빨간글씨로 강조하고있는 문구."마약 중독과 사랑은 절대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다."강력한 문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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