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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수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옛날 노동자들은 빵과 장미 라고 답했다. 우리는 동물이다. 또한 인간이다. 매 끼니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만 한다. 생존을 위해서 필수다. 하지만 밥이 전부는 아니다. 장미도 필요하다. 빵은 기본이고, 장미는 필수다. 이 두 가지, 생존권과 평등권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이다. 여기에 나는 감히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한 권의 책, 한 장의 그림이다. 장미에 포함되는 하위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추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다운 삶에 있어서 예술은 필수다. 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라 할 지 모르겠다. 하긴 기초수급자가 돈가스 먹는다고 신고하는 세상이니, 예술을 기본적으로 향유해야 한다고 하면 세금 아깝다고 질겁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점은 예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었다. "쓸모가 컸기 때문(p.404)"이다. 사실 예술 하면 겁난다. 무지에 따른 두려움이 크다. 어려운 이야기 몇 개 주워 섬겨 알더라도 작품을 감상할 단계 이른 다는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빨리빨리 마인드도 영향이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오렌지 하나, 사과 하나. 도무지 알아보기 힘든 색과 점과 선들. 머리속은 하얗게 타오른다. 서서 보는 내내 다리도 머리도 저리다. 뭔가 아는 척은 해야겠고, 사람들은 길 막지 말라고 보채는 것만 같다. 저자는 나에게 다독인다. "예술의 실천은 체험되는 데 있(p.287)"다고.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게 많고, 감히 내가 알려고 해서는 안되는 위대하고 신비한 존재로 느꼈다.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종우 교수는 <예술 수업>에서 말한다. 겁내지 말고 천재들의 시선 을 따라가 보자고. 주눅 들지 말고 거기에 담긴 새로운 "시선"을 보라고 말한다. 왜 시선인가? 라는 의문을 가진 채 오종우 교수의 차분한 설명을 따라 가 보면 이 질문은 왜 예술이 필요한가? 에 도달한다. 바로 창조성과 독창성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해서 구성하여 나오는 것입니다. 대상이 새로운 시선으로 파악되어 이전과는 다른 대상으로 거듭나는 것이 창조입니다. 과학의 발견 역시 없던 것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창조성은 독창성을 뜻합니다. 대상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p.230" 창조성, 독창성 하니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게 그렇듯 익숙해지면 게을러진다. 그래서 "일상이 되면 삶의 가치마저 잃기 쉽상(p.371)"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익숙해지는 것, 그것은 첫 시선의 생생함을 잃는 일(p.369)"을 피할 수 있다. 새로운 시선으로 나의 일상을 돌아봄으로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그렇게 "예술은 사람들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를 해석해 삶의 전망을 밝(p.16)"힌다. "가상과 실재가 혼재한 삶(p.343)" 속에서 우리의 꿈을 체험케 한다. 망상이나 몽상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선채 하늘을 우러러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오래된 꿈"은 "절망(p.215)"이다. 예술은 오래되고 허무한 꿈이 아닌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선을 준다. 빵과 장미, 그리고 이를 풍요롭게 한 권의 책, 한 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믿는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작은 도서관을 짓는다. 독서 프로그램도 늘리고 있고, 바우처 시스템도 있다. 그럼에도 작은 극장, 작은 미술관이 더 많아져서 우리가 당연히 함께 누려할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삶의 힘, 예술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 역시 부지런히 시선 을 따라가야겠다.-----------------------------------------------------------------------------예술은 사람들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를 해석해 삶의 전망을 밝히는 인문학의 전위에 있습니다. 예술은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을 놓지요. p.16부디 이 책을 읽는 일이 하나의 사건 이 되기를 바랍니다. p.18우리가 창의력, 창의성이라고 할 때는 보통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렇게 단순히 새로운 시각만을 강조하는 것은 몹시 위험합니다. 그것은 자기 확대에서 비롯되는 자기 함몰, 즉 자신만의 세계에 유폐될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기 욕망의 발현에만 치중하는 탐욕을 부릴 가능성이 농후(p.24)하기 때문이죠. 창의성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뜻하지 않습니다. 망상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p.25진짜 창의성을 갖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꼭 필요합니다. 먼저, 전문성입니다. ... 다음으로는, 그 대상을 향한 애착입니다. p.25사람들은 너도나도 독창적인 인간이 되겠다는 열망(p.28)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바른 생각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특이한 행동을 정직한 자세보다 더 바람직하다며 칭찬하고 있지요. 이 시대에 창의성이라는 가치는 그 말이 오염되어 되레 창의성을 죽이고 있습니다. p.29지적인 개념이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수업 전체에 걸쳐 차츰차츰 밝혀나가겠지만, 예술을 통해서 지식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p.40요점은 기성과 타성에 젖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간다면 그 역시 예술가의 속성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 근본성질 가운데 하나가 세상과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며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p.42예술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무감각 인 것이죠. 뛰어난 예술작품은 무엇보다 우리의 감각을 되살립니다. 그래서 그런 예술작품을 접하면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p.43우리가 사는 세상은 두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질세계와 여분세계. 실질세계는 쉽게 말해서 먹고사는 일들로 형성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세계인 셈이죠.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사람들이 무척 바쁩니다. (p.44) ... 휴식을 찾습니다. 오락이나 여행 등을 통해 여가를 즐기며 다시 실질세계를 살아갈 힘을 충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분세계가 형성됩니다. p.45실질세계는 사실 픽션, 곧 꾸며 만든 세계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질서는 절대자 신이 우리에게 강제로 부여한 절대규율이 아닙니다.(p.51) ... 사람들이 언제나 더 좋은 삶의 양식을 만들고자 능동적으로 구축한 고안품인 것입니다. p.52예술은 여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루며,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실질세계와 긴밀하고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p.55문화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입니다. ... 인간이 자신이 처한 삶과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곧 예술이라는 점이죠. 이것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예술의 성질입니다. p.92예술은 그렇게 여분세계에서 실질세계를 창출합니다. 문화의 실질세계에 안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이 늘 문화의 패턴을 확장합니다. 요컨대 예술은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이면서도 그 패턴에 결코 종속되지 않고 새로운 사고를 탄생케 하는 가장 능동적인 원동력인 것입니다. p.94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겸허하기 때문입니다. p.119인류의 역사는 사람들이 대면하는 자연과 우주, 그리고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한 자취를 말합니다. (p.122) ... 자연을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인간적인 해석으로 수용하려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질문했습니다. 예술이 탄생하는 근본동력도 바로 그 질문입니다. ... 묻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뜻합니다. ... 질문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능동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질문은 사유의 한 행위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개념이나 미리 규정되어 내려오는 가치 들을 선험적으로 무조건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질문은 삶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한계 짓는 체제를 거스르면서 생명의 자연스러(p.123)움을 회복하는 행위 입니다. ... 또한 질문하는 일은 반성한다는 의미입니다. 반성한다는 것은 판단의 조건들을 성찰하고 사유한다는 것으로, 곧 돌이켜보는 일이죠. 반성은 모두가 확고하다고 여기는 현재의 질서에서 잠시 벗어나는 질문입니다. ... 만일 관심이 없다면 질문이 생기지 않습니다. p.124문자는 반복을 통해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의 특성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서 차이를 없애고 동질의 부분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어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여분세계를 줄여 실질세계로 진입한 것입니다. (p.134) ... 이제 문자는 대상을 성찰하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밋밋하게 가리킵니다. 문자가 탄생할 때 지녔던(p.135) 생동감과 생명력은 흔적만 남고 상실된 거죠. 여분세계가 사라진 현상입니다. 그러나 언어를 조금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더 깊이 성찰한다면, 언어의 근본속성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예술적인 성격으로 말이죠. 문자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시적인 성질, 예술적인 상상력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일상생활에서 여분세계를 누릴 수 있습니다. p.136농인은 원래 청각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 용의 귀를 가졌기에 사람의 소리는 못 듣지만 용이 듣는 다른 소리를 듣는다는 겁니다. p.136예술은 자기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예술언어는 작품 내부에서 생겨나 작동하는데, 그것이 작동하는 토대가 바로 비례와 척도입니다. (p.144) ... 비례와 척도는 단순히 수치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가치평가와 관련됩니다. p.145예술은 어쨌든 인간의 행위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양식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이자 주제입니다. p.146드라마가 극적이기 위해서 기본법칙이 작동합니다. 그것을 이른바 3일치라고 합니다. 즉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과 행위의 일치를 요구합니다. p.151대화는 동일한 주제를 놓고 상이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p.157)을 가리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놓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듯이 말이죠. 그럼에도, 즉 견해가 서로 다름에도 대화가 지속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며, 바로 여기에서 대화의 정신이 나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도 대화를 나누는 행동은 무엇보다 상대를 존중해야 가능합니다. 자기 견해와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거부한다면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때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무조건 옳거나 완전할 수 없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집니다. 이런 게 대화이고, 거기에 대화의 정신이 담기는 것입니다. 자기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타자르르 통해 자기 시야를 넓히는 행위, 그것이 대화입니다. p.157드라마는 파국을 통해서 작품 전체의 의미가 드러나 완결되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를 우리말로 풀어 번역할 수 있다고 봅니다. 끝을 향한 힘 이라고 말
창조적 영감에 목마른 우리를 위한 인문학자의 예술 수업
세기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보고 듣고 생각했을까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 그들은 어떻게 보고 듣고 생각했을까? 새로운 것, 다른 것, 좋은 것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창조해내는 능력은 마치 지식인과 천재들의 전유물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타르콥스키의 영화,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과 피아졸라의 탱고가 흘러넘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에서 예술가의 창조적 영감이 폭발했던 순간으로 떠나는 황홀한 모험이다. 저자는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을 통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유했던 천재들의 빛나는 통찰과 남다른 감각을 읽어내고, 인간과 세상의 진보를 가져온 인류의 지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이끄는 아홉 번의 수업은 그동안 현실에 치이고 일상에 매몰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감각과 사고를 깨부수며 내 안의 예술적 상상력을 복원하는 강렬한 촉매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내며

수업에 앞서 피카소의[춤]과 예술적 상상력
진정한 창의성의 비밀 | 예술의 충격

1부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강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
_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와 만물박사
예술은 왜 어려울까 | 예술의 반대말은 무감각 |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 해석한다, 고로 존재한다

2강 예술은 어떻게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가
_[톨스토이의 초상]의 비밀
예술가의 초상 | 플라톤의 침대와 고흐의 침대 | 돈으로 환산되는 예술 |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는 원동력 | 실용성에 대한 오해

3강 경직된 생각을 파괴하는 일
_귀머거리 베토벤이 작곡한[합창 교향곡]
당연한 말, 뻔한 생각 | 해가 동쪽에서 뜨다니 | 야만과 교만 | 생각하는 인간, 호모사피엔스 | 원시의 사유, 예술의 흔적 | 예술과 문자는 어떻게 갈라졌는가

2부 보이는 것 너머를 보려면
4강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비극
_ 햄릿 의 재해석
비례와 척도 | 드라마의 조건 | 대화의 정신 | 영웅의 파멸과 관객의 성장 | 정의(正義)의 예술 | 햄릿이 우리에게 던진 진짜 질문

5강 꿈과 현실의 이중주
_가구 같은 음악[짐노페디]가 아름다운 이유
우리가 꿈을 꾸는 까닭 | 피타고라스가 들은 망치 소리 | 음악의 탄생 | 윤이상과 현대음악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절망, 오래된 꿈의 다른 이름

6강 그림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_샤갈의[손가락이 일곱 개인 자화상]이 그린 것
미술관의 흔한 풍경 | 세상에 대한 착시현상 | 시선의 문화사 | 피카소가 보는 법 | 선율을 그리다 | 왜 사랑하는지 샤갈에게 묻는다면

7강 경험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것들
_타르콥스키의[희생]이 남긴 것
영화의 탄생 | 영화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 그림은 이야기를, 말은 그림을 | 언어의 감옥을 탈출하는 법 | 의미 없는 일의 가치 | 상업영화 vs 예술영화 | 터무니없는 수도사의 전설

3부 삶을 창조한다는 것
8강 예술이 삶의 진실을 담는 법
_체호프의[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 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인간의 조건 | 백남준의 비디오카메라 | 의미가 구축되는 방식 | 하나의 농담, 무한한 의미

9강 여행과 예술의 공통점
_호퍼의[간이휴게소]에 그려진 ‘나’
일상은 왜 새롭지 못할까 |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예술을 설명할까 | 샘, 뒤샹의 변기에서 분출하는 생각들 | 괴물과 좀비 | 현대예술을 반성하다

수업을 마치며 로스코의[지평, 어두운색 너머 흰색]과 예술이 스며드는 삶
스며듦의 미학 | 예술적인 삶을 위하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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