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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


올해 처음으로 펼친 시집이고 발간은 2011년이다.단 한 번의 물음에 영원히 답하고 있다는, 멋진 시인의 말.시간의 흐름과 회한이 느껴져 가장 좋았던 시 「나날들」, 불평등이란 / 무수한 질문을 던지지만 제대로 된 답 하나 구하지 못하는 자들과 /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던지지 않지만 무수한 답을 소유한 자들의 차이다 라는 정의가 와닿았던 「집」, 종점에서 바퀴는 울음을 터뜨릴 거야 라는 한 줄로 고독을 드러낸 「도시적 고독에 관한 가설」 , 그토록 사소한 기억들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그대를 이라는 한 줄로 그리움을 표현한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 그러나 하루하루 아버지의 함성은 녹슬고 주먹은 금이 갔다 라는 한 줄로 쇠잔함을 나타낸 「붉은 산과 토끼에 관한 아버지의 이야기」 , 마지막으로 마음에 박혔던 「의문들」 이라는 시 속의 한 구절, 무겁고 은은한 의문들 .
등단 14년 만에 묶어 낸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로 대중의 폭넓은 사랑과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한몸에 받아온 시인 심보선. 그가 3년 만에 두 번째 발자국을 찍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 를 만들겠노라고 선언한다. 바로 사랑이다. 여기서 시인이 연모하는 대상은 부재하는 연인, ‘문디Mundi’라 불리는 세상이며, 시인은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노동이 아니라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이 사랑의 활동에 골몰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적요한 고독이 아니라 타인의 손을 맞잡는 것임을, 침묵이 아닌 소요와 동반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일임을 역설한다.

사랑만큼 기쁨과 슬픔의 야릇한 동시성을 만들어내면서 그 동시성으로 기쁨과 슬픔을 비워버리는 빈 공간이자 빈 활동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디있으랴. 하여 그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노동이 아니라 쓸모 없는 것을 만드는 이 사랑의 활동에 골몰한다. 그 활동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적요한 고독이 아니라 추락하는 너의 손바닥 들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이 손의 유일한 쓸모는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 타인의 손을 잡고 세계를 펼치는 이러한 손-잡기가 격정적이면서도 가벼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인의 흰 손, 친구의 거친 손, 혹은 이 한 권의 시집을 잡으면서 우리는 한없이 가난하고 가벼워짐과 동시에 세상의 가장 먼 곳까지 자신의 영혼을 흩뿌릴 수도 있으리라.


시인의 말

제1부 들
말들
인중을 긁적거리며
의문들
나의 친애하는 단어들에게
나날들
필요한 것들
좋은 일들
외국인들
The Human of Exclusion
텅 빈 우정
나무로 된 고요함
호시절
도시적 고독에 관한 가설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
낙화
소년 자문자답하다
찬란하지 않은 돌
시초
지금 여기
영혼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심장은 미래를 탄생시킨다
첫 줄

제2부 둘
이 별의 일
Mundi에게
‘나’라는 말
매혹

잎사-귀로 듣다
늦잠
잃어버린 선물

붉은 산과 토끼에 관한 아버지의 이야기
노스탤지어
이상하게 말하기
무화과 꿈
음력
변신의 시간
속물의 방
그라나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체념(體念)
4월
운명의 중력
H. A. 에게 보내는 편지
Stephen Haggard의 죽음
무명작가
연보(年譜)
사랑은 나의 약점

발문| 나의 아름답고 가난한 게니우스, 너는 말이야 ? 진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