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구과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학설을 하나 고른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손꼽을 것이다. 베게너는 대륙이동설로 유명한 20세기의 학자이다. 대륙이동설의 이해는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학교에서 대륙이동설을 처음 배웠을 때 그 놀라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당연히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땅이 움직인다니... 지진, 화산을 보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그래서 그냥 외우는) 내용이 바로 대륙이동설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를 생각해 낸 천재적인 베게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받지 않았을까?" 등의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베게너는 안타깝게도 그가 살아있는 동안 그의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학자였다. 그의 학설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다른 대부분의 학자들이 도저히 이해하거나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학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고 만다. 이 책은 이처럼 위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운 베게너의 일생과 학문 여정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이다. 대륙이동설을 고안하고 주장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반론에 맞서는 베게너의 외로운 학문 여정이 잘 그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베게너의 일상적인 모습, 삶의 철학, 주변 인물들의 모습 등도 엿볼 수 있다.베게너가 여러 차례 탐험한 그린란드.해발고도 3000m에 달하는 거대한 빙상에 의해 육지가 내려앉은 모습이 보인다. 베게너는 독일의 학자로, 원래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기상학자 및 극지 탐험가로 유명하였다.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기상관측을 하는 등의 학문적 활동을 하였고, 대학에서 천문학, 기상학 등을 강의했다. 그러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대륙의 형태와 대륙이동의 가능성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대륙이동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근거를 수집하여, 자신의 학설을 정교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근거로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형태가 맞아들어가고, 양 대륙에서 메소사우르스 화석, 매너티 서식지가 연속성을 띠면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대륙을 이으면 지질구조의 연결성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분포가 연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바다에서 사는 조개 등의 생물 화석이 높은 산지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베게너는 대륙의 충돌에 의해 천해 퇴적층의 화석이 산지에 놓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베게너는 여러 흥미로운 대륙이동에 대한 근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자신의 학설에 대해 믿음을 가졌다.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을 붙여 놓으면, 고기습곡산지들이 연속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고생대의 로라시아 대륙 충돌 시에 고기습곡산지가 형성된 이후에 대륙이 갈라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베게너는 자신의 학설을 공인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론에 도전해야 했다. 당시 지질학은 근대 과학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근대 과학이라고 하기에 헛점이 너무 많았다. 종교적인 패러다임이 아직도 영향을 끼치면서 격변설을 믿던 시절이 불과 한 세기 전이었고, 지질학을 귀족들의 교양으로 화석이나 수집하는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대륙과 해양의 형태를 설명하는 이론은 육교설, 대륙수축설 등이 있었다. 대양으로 갈라진 두 대륙에서 유사한 동물이 나타나는 것은, 기존에는 육교설 로 설명했다. 수많은 육교가 바다에 놓여 동식물이 교류하다가, 육교가 가라앉아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륙수축설 도 있었는데, 사과에 습기가 빠지면 수축하듯이 육지가 수축하여 바다와 산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설이 과학 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졌다. 베게너가 여러 과학적 증거를 가져와도, 기존 학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미동도 없었다. 한편 이 부분에서는 다른 학자들만을 탓할 것만은 아닌게, 대륙이동설은 기존 학설을 모두 폐기시켜버리는 혁신적인 학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존의 학자들이 반발심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베게너의 연구에 도움을 준 주변 사람들도 존재했다. 먼저세계의 기후구분을 정립한 기후학자로 유명한 쾨펜이 있다. 쾨펜은 베게너의 장인으로, 베게너의 연구에서 고기후, 고생물 등과 관련한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세르비아의 기후학자밀란코비치는 베게너에게 고기후학 연구의 필요성을상기시키도록 도와주었다. 기후의 변동과 경관, 그 흔적이 여러 대륙에 걸쳐 있다면 이것 또한 대륙이동설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처럼 기후학과 지질학은 상호보완적인 학문으로, 베게너가 기상학자 출신이면서 쾨펜, 밀란코비치와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 대륙이동설을 정립하는 데 주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게너는 단일학문의 틀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가지면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뛰어났다. 학문적 통섭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한편 기존의 여러 학자들은 베게너의 학설을 비판했지만,두 토이라는 남아프리카의 지질학자는 베게너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다들 외면하는 베게너 대륙이동설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주기까지 한 몇 안되는 학자였다. 이처럼 대단한 학문적 성과는 단지 한 천재만의 공이라기보다, 사회 속에서다양한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베게너의 장인 쾨펜은 베게너에게 많은 학문적 영감을 주었다.두 토이는 베게너의 열렬한 지지자였다.해안선이 아니라 대륙붕의 가장자리로 대륙을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베게너는 자신의 이론을 정교화하고, 책 출간 및 강연 개최 등을 통해 그것을 알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베게너는 토론회에서 맹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선배 학자에게 비아냥을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직장을 잃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베게너는 그린란드 탐사를 하던 도중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대륙이동설은 야속하게도 베게너가 세상을 떠난 뒤에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저탐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령의 존재 및 평정해산의 분포가 알려졌다. 이는 대륙이동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자기 역전 현상은 대륙이동의 결정적인 증거였다. 결국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시작으로 이러한 과학적 증거가 종합되면서, 판 구조론 으로 정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베게너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대륙이동설이 인정받으면서 지구과학의 발달에 공헌하게 된 것이다.베게너의 천재성은 물론 과제집착력 및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평생을 다 바치는 모습이 그의 학문적 성과를 가져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학문적 성과를 내는 모습도 돋보였다. 최근 떠오르는 학문적 통섭을 한 세기 전의 베게너는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책 속에는 여러 자연지리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지각평형설, 습곡산맥, 동아프리카 지구대, 평정해산, 빙퇴석, 석탄 매장지 분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연지리 개념을 토대로 대륙이동설, 나아가 판 구조론으로 연결시키는 책의 구성이 좋은 점이었다. 만화 형식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쉽게 접근하고 싶다면 학생이나 일반인, 비전공자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 하다.
대륙이동설 의 이론가 알프레트 베게너의 삶과 아이디어를 만화로 옮긴 책이다. 전도유망한 기상학자의 길을 놓고 대륙이동 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외롭고도 열정에 찬 행적과, 학문적 신념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그래픽 노블’의 작법을 응용해 과학자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시대상황은 물론 과학자의 주요 업적이 유기적으로 연결해 마치 한 편의 인물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는 1930년 쉰이라는 나이에 그린란트 탐험대의 담사에 참여 했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지만 그가 온 생애를 바친 대륙이동설은 오늘날의 판구조론 으로 재편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연구되고 있다. 우리는 열린태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 보는 계기를 가짐과 동시에, 어렵게만 여기던 과학도서의 세계로 진입하는 데 유익한 동행이 될 것이다.
추천사
머리말
1. 대륙이동설의 탄생
2. 대륙과 해양의 기원
3. 화석과 생물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4. 육교설에 반기를 들다
ㆍ메타-인포META-INFO 근대 지질학의 성립과 동일과정설
5. 지지자를 만나다
6. 고기후학에 빠지다
ㆍ메타-인포META-INFO 빙하 논쟁
7. 돌아올 수 없는 길
8. 부활
ㆍ메타-인포META-INFO 오늘날의 판구조론
부록
ㆍ함께 읽으면 좋은책
ㆍ알프레트 베게너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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